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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교육 소회

희망을 선물해준 아이들

초들님 2022. 10. 1. 23:56

코로나19의 긴급 소환으로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을 만났다. 담임교사 확진으로 시간제 강사를 구해야 하는데 도무지 구할 수 없다며 지인(知人) 학교장의 급한 부탁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런데 얼마만의 학생들과의 만남인가? 요즘 아이들 교육하기가 너무 힘들다던데 잘할 수 있을까? 내일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야지. 이런저런 생각과 설렘으로 깊은 잠 멀리하고 말았다.

드디어 아이들을 만났다. 몇몇 아이들이 벌써 교실에 와있었다. ‘안녕’ 인사했지만 별다른 대꾸 없이 책을 읽고 있었다. 뒤이어 등교하는 학생들도 익숙하게 자리에 앉더니 책을 읽었다. 몇 아이는 “선생님, 도서관에 책 빌리러 가도 돼요?” 물었다. “그럼, 얼른 다녀와라.” 비록 인사를 주고받지는 않았으나 독서에 몰두하는 아이들이 좋았다. 아이들의 눈망울에는 몽글몽글 내일의 희망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학교 안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학습 동선(動線)을 따라갔다. 교과 전담실, 급식실로 왕래할 때 미리 줄을 서고 일사불란하게 이동하는 등 스스로 잘해나갔다. 다만 복도를 모두 차지하고 걸어가길래 “다른 반 친구들도 서로서로 오가야 하는데 불편하지 않을까? 복도 중앙선을 침범하지 말자.”고 했더니 즉시 시정하고 우측통행하였다.

종례 시간이다. A 학생이 말했다. “급식실에 갈 때, B, C가 엘리베이터(이하 엘베)를 사용했어요. 엘베는 아픈 사람만 타야 하는 데 둘이 다 아프지 않은 것 같아요. 선생님이 확인해 주세요.” 필자는 “그랬니. 모두 학교 규칙을 잘 지켜야지. 내일 선생님이 알아볼게.”고 대답했다.

다음날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남학생 B, C가 달려와 따지듯이 말했다. “선생님, A가 어제 우리 둘이 아프지도 않은 데 엘베 타고 급식실 다녀왔다고 친구들에게 말했어요. 사실은 제 다리에 염증이 있어서 치료 중입니다. C는요. 저를 부축해 주느라고 같이 탔고요.”

즉시 A를 불렀다.
“A야, B가 다리 아파서 엘베 탔다는데. 알고 있었니? C는 B를 부축해 주려고 같이 탔다네.”
“선생님, 그런데요. B가 다리 아픈 건 알고 있는데요. 다 나은 것 같았어요. 뛰어다니기도 하고 다리를 땅바닥에다 ‘탕탕’ 때렸거든요. 다리 아프다면 그렇게 못 하잖아요.”
B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아직 다리 아프거든. 그래서 엘베 탄 거야.”고 말했다.

“A야, B가 아직 다리 아프다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네 생각을 말해볼래.”
“선생님, 제가 오해한 거 같아요. 아직도 다리 아픈 것 같아요. 미안해요.”,
“사실이야. 나 다리 아파. 다 나았나 싶어 뛰어 봤는데 더 아파. 앞으론 뛰지 않을게”

아이들의 분명한 상황인식, 교사에게 확인 및 중재 요청, 중재 과정에서 상호 입장 확인 후 아이 메시지(I-message)를 사용한 쿨(cool)한 사과, 아주 멋있었다. 아침부터 아이들이 선물해준 상큼한 희망 엔도르핀(endorphin)이었다.

 



아이들은 감정 표현에 솔직하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다양한 갈등 상황에 노출되기도 한다. 장난하는 학생, 다투는 학생, 험담하는 학생, 화내는 학생들도 있지만 반면에 싸움 말리는 학생, 친구 걱정하는 학생, 솔직히 말하는 학생,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학생들도 있다. 학교에서 교사들은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 장면을 보고 그 순간에 적절하게 중재·판정해주고, 격려하고 칭찬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교사들이 전하는 다양한 긍정의 말들이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필자는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당하는 괴로운 상황에 놓여 있는 오늘날의 교육 현장에서 심리적인 안정성이 무너진 교사들의 심정을 공감하고, 이해하고 위로해주고 싶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희망을 선물해준 아이들을 만났다. 이 아이들이 오늘도 많은 선생님에게 상큼한 희망 엔도르핀을 가져다주길, 그래서 잠시 기쁨의 미소 씨~익 지으시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