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들님 이야기
코로나19, 나도 가족을 갖고 싶어요 본문

전 세계를 잠식한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다른 질병보다 가장 무서운 건 철저히 혼자 고립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8월 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1주일간 자택 격리 통보를 받았다. 그래서 안방에 격리되어 답답하고 외로운 시간을 보냈다. 인후통, 두통이 아주 심했고 콧물을 줄줄 흘렸으며 미각도 상실했다. 8월 8일 격리 해제 통지 문자를 받았으나 후유증은 8월 내내 이어졌다. 그동안 영양식과 편의를 제공해준 아내와 무사히, 빠른 쾌유를 빌어준 아들딸이 고마웠다. 코로나19는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고 가족은 코로나19 회복제였다.
그간의 보살핌에 고마움을 표하자, 아내는 ‘코로나19에 걸리더니 아내의 소중함을 깨닫나 봐’라고 말하며 A 간호사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A 간호사는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며 많은 코로나 환자들을 만났다고 한다. 코로나 확진을 받고 입원 중인 환자들, 철저히 고립된 환자들에게 A 간호사는 한결같이 친절함으로 가족같이 따뜻하게 용기를 주고 지극한 정성으로 보살펴 주었다. 다행스럽게 완치된 환자들은 제2의 삶을 선물해준 A 간호사님에게 연신 감사하다고 칭찬해 주었다. 완치 환자들의 가족들 또한 뛸 듯이 기뻐했다. 반면에 사망한 코로나 환자들을 볼 때, 가슴 치며 발 동동 구르는 그들의 가족들을 볼 때 너무 안타까웠다고 한다.
하지만 A 간호사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 든 것은 환자의 가족과 도무지 연락이 안 되거나, 면회 오는 가족 없이 홀로 격리되어 쓸쓸히 죽어가는 환자들을 볼 때였다고 했다. 미혼이었던 A 간호사는 훗날의 자기 모습을 그려보면서 가족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그간의 소회를 부모님과 나누며 ‘결혼해서 가족을 갖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다고 한다. 부모님께서 뛸 듯이 기뻐했음은 물론이다. 결혼 안 한 자식을 둔 필자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구약성경(舊約聖經)을 보면 하나님께서 아담과 하와를 창조하셨고 그들에게 주었던 최초의 계명은 그들이 남편과 아내로서 부모가 될 수 있는 잠재력에 관한 것이었다. 즉,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루고 ... 여자에게 임신하는 고통을 크게 더하리니 네가 수고하고 자식을 낳을 것이며 ...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명하셨다. 임신·출산은 일반적으로 사랑하는 남녀가 결혼한 이후 맺은 사랑의 결실일 것이다. 개인의 성격, 가치관 등에 따라 비혼을 선호하거나 기혼이라도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지만 여전히 출산은 남녀 간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이면서 동시에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 있는 행동으로 여겨진다.
코로나19는 필자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A 간호사는 가족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결혼하고 싶어요’라고 희망적인 오버랩(overlap)을 보여주었다. 초(超) 인구감소의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 결혼을 포기한 20·30세대 청년들에게 진지한 공감으로 다가갈 순 없을까? 두 아이의 아빠인 필자는 넋두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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