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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교육 소회

아이들이 생각하는 진짜 어른은?

초들님 2022. 9. 3. 19:02

 

 

K-EDU교원연합(직무대행 추치엽)에서 ‘어른을 찾습니다’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으로 나눈 설문조사는 K-EDU교원연합 누리집을 통해 참여할 수 있는데, 이는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과 사고, 정치 사회의 단상에서 여지없이 드러나는 어른들의 민낯을 보며 우리 아이들은 어떤 어른의 모습을 기대하는지 알아보려는 취지라고 한다.

 

 

어른들이 서로의 이권을 위해서는 비방과 인신공격을 일삼는 무책임한 행동을 보고 아이들은 차가운 물 속에 수장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뜻있는 학부모들이 “요즘은 자녀와 함께 TV 뉴스를 보기가 민망해요. 언론에 비치는 어른들의 모습에 아이가 실망하고, 이 시대가 불공정하고 부정부패로 물들어 있다는 사회적 불신이 앞설까 걱정돼요.”라고 말할까 싶다.

 

‘어른을 찾습니다’ 설문조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대전인성교육공동체 '인·감(인성· 감화)'의 캠페인 ‘어른을 찾습니다’를 K-EDU교원연합이 기획 프로젝트로 재개했다. 당시, 박용현(대전 체육고, 창의인성부장) 교사가 학생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주어진 덕목 45개 항목 중 5개를 중복·선택하도록 한 결과, 학생들이 생각하는 5가지 어른의 덕목은 ▲주어진 일에 책임을 지는 어른(508명), ▲공정하고 청렴한 어른(481명)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아는 어른(401명) ▲권위적이지 않고 개방적인 어른(368명) ▲정직하고 양심적인 어른(343명) 이었다. 박용현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던졌던 질문들이 오롯이 자신에게 돌아왔다”며, 오늘도 ‘나는 어떤 어른일까?’ 자문자답하며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마치 이 땅의 어른들을 대표해서 말한 듯이.

 

2022년 대구강림초 6학년 6반 학생들과 함께 설문조사에 참여한 김재민 교사는 “아이들에게 민주적인 토론 자세를 가르치기 이전에 삶의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인성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라며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아이들이 기대하는 어른의 덕목을 묻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삶의 가치를 배운다”면서 “동시에 그 질문을 마주한 어른들 역시 성찰의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득 2014년 10월 수많은 언론사에서 취재 경쟁을 벌였던 ‘눈물나게 고마운 사진, 초등학교 가을운동회 감동 사연 포착’과 ‘우정의 달리기’ 초등생 5명, 우정의 시구’라는 기사가 생각난다. 경기 용인 제일초등학교의 가을운동회 때, 6학년 2반 학생 다섯 명이 손을 잡고 나란히 뛰었다. 먼저 달리던 학생들이 갑자기 멈춘 뒤, 꼴찌로 달려오던 지체장애 6급인 친구의 손을 잡고 나란히 결승선에 들어온 것이다. ‘모두가 1등이었던 달리기’에 감동해서 가족들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이어서 김 군의 마지막 운동회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고 싶어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NC와 LG의 2차전이 취소된 마산구장, 시구자로 초대받은 아이들은 빗속에서도 ‘우정의 시구’를 보여줬다. 제일초등학교 학생들이 장애인 친구를 대하는 태도는 교사와 학부모 등 어른들에게서 자연스럽게 배운 결과였다고 했다.

 

<논어> ‘자장’에는 자하가 군자에 대해 말했던 것이 실려 있다. “군자에게는 세 가지 변화가 있다. 그를 멀리서 바라보면 위엄이 있고, 가까이서 대해보면 온유하며, 그의 말을 들어보면 엄정하다(君子有三變 望之儼然 卽之也溫 聽其言也厲).” 엄숙함과 온화함, 그리고 말의 엄정함은 서로 어울리는 덕목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세 가지 품성이 어긋남 없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것이 바로 군자의 진정한 모습이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진정한 어른, 존경받는 지도자의 모습이다. 즉 군자삼변(君子三變)의 모습이다.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보고 싶을 때, 박완서의 '지금은 행복한 시간인가',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애수',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라는 책을 떠올리는 블로거도 있다. 한국 사회 내에서 어느 순간부터 '꼰대'는 비칭(卑稱)이 된 지 오래다. '나 때는 어땠는데', '요즘 것들은 힘들었던 적이 없어서', '노력이 부족해서' 등으로 시작되는 꼰대들의 말들은 듣는 사람의 표정을 찡그리게 만드는 1순위의 말들이다. 꼰대가 부각되다 보니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의 말들이 다 꼰대의 말로 취급 받는다. 금전적인 지원이 있으면 조언이나 충고, 없으면 꼰대라는 우스개 소리는 단지 우스개 소리 만은 아니다. 그 사이에 어쩌면 도움이 되는, 위로가 되는 말들이 숨어있기도 한데. 진정한 어른의 말들도 꼰대의 말로 격하되는 지금, 박완서 작가의 글은 적어도 얼마 안 남은 어른들의 말씀이라 좋다고 했다.

 

K-EDU교원연합의 ‘어른을 찾습니다’ 설문조사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짜 어른을 찾습니다’와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정한 어른을 찾습니다’를 실시하고 있다. 과연 다음 세대가 기대하는 어른은 어떤 모습일지, 설문조사 결과가 궁금하고 주목된다. 더불어 김재민 교사와 아이들, 그리고 앞으로 진행될 많은 학교, 학생들의 릴레이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어른들에게 던져 질 메시지가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자못 기대된다.

 

김경호 前 수원영덕초등학교 교장

 

(2022-05-03)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2050358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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