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전체 글 (37)
초들님 교육 이야기
8월은 지독한 찜통이었다. 이주배경학생에게 한국어 자음자·모음자를 가르치러 매일 11시 40분에 출근했고, 오후 3시 20분 전후로 귀가했다. 하루 중 무더위가 제일 심한 시간대여서, 날씨는 찜통이고 학생들과의 한국어 수업도 찜통이었다. 교사의 가르치려는 교수 열의는 센 가스 불처럼 뜨거운데, 학생들의 배움 열기는 하얀 김 되어 쭉쭉 빠져나가 맥 빠지고 말았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언제인지 모르게 찜통 안 음식이 익어가는 것처럼,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9명의 중국 아이들을 만났다. 중학교 1학년 생에서 초등학교 3학년 생까지의 다양한 학생들이 표준한국어 고학년 의사소통 1단계를 배운다. 마음껏 중국어를 하며 즐겁게, 행복하게 공부할 텐데, 중국이 아닌 한국에서 한..
한국어교원 2급 자격증이 있기에 나는 42년여 대한민국 교사로서의 소임을 마치고, 5년째 이주배경 학생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최고의 퇴직 선물이었던 한국어교원 2급 자격증! 이 소중한 자격증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육효창 교수님, 그분과의 그 시절, 그 인연을 쫓아가 본다. 교감 재직 시 ‘퇴직 후 뭘 할까?’하고 생각에 빠진 적이 있었다. ‘평생교육 시대를 살고 있는데, 어떤 공부를 더 해볼까?, 어떤 자격증을 딸까? 제2의 인생을 보람 있게, 유의미하게 보낼 방안은 없을까?’ 이러한 고민을 하던 중에 우연히 ‘한국어교원 자격증에 도전하세요’라는 홍보 문구가 확 눈에 꽂혔다. 2008년, 나는 즉시 서울문화예술대학교 국제언어교육원 한국어교원 양성과정에 원서를 냈다. 당시 굵고 묵직한..
기초탄탄교실 기초학력 지도강사를 아시나요? 반평생 대한민국 교사로 학생 교육을 했고, 퇴직 후에는 이주배경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지도하는 After 한국어 교원이다. 그런데 지금은 특이하게 기초튼튼교실 기초학력 지도 강사를 하고 있다. 기초탄탄교실은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들에게 학생맞춤형 기초학력 진단 및 보정 지원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간단히 정의하면 기초학력 부진아동을 지도하는 것이다. 연유(緣由)는 이렇다. 인근 초등학교에서 기초학력 지도강사를 구하지 못해 애로가 많다는 정보를 입수한 아내는 즉시 내게 강사 지원을 권했다. 엉겁결에 나는 강사 지원서를 제출해야 했다. 면접관들에게 기초학력 지도에 관한 질문을 받고 42년 여 대한민국 교사로 활동해 왔기에 다양한 학생 지도 경험을 답변으..
환자 진찰의 첫 번째 규칙은 '환자에게 어디가 아픈지 묻는 것'이라고 한다.의사는 하루종일 수많은 환자의 말을 듣기 때문에 진지하고 겸손하게 환자의 말을 경청(傾聽)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지도 모른다. 의사에게는 집중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환자는 전적으로 의사를 신뢰(信賴)하기 때문에 의사는 그런 신뢰에 보답하는 의미에서 먼저, 그들의 필요 사항을 경청해야 한다. 환자의 말을 경청하고 진정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환자에게 치유가 될 수 있음을 의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부부간의 경청도 중요하다.에프 버튼 하워드 장로가 쓴 롬니 부회장님의 전기(傳記) 가운데, 아내 아이다 자매님에 대한 남편 롬니 부회장님의 유머와 사랑이 넘치는 이야기를 소개해 본다.롬니 부회장님이 아이다 자매님의 '청력 상실'..
금년에도 이주배경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려고 5개 학교에 한국어 강사 지원서를 제출했다. "귀교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한국어교실 강사 지원서를 제출합니다.기회를 주시면 최선을 다해 다문화 학생을 지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지원자: 김경호특이사항: 개인 사정으로 목, 금요일에만 한국어 집중지도하길 원함." 그랬더니 서류 전형 불합격 메시지를 5번 받았다.그것도 다음과 같이 동일한 형식·내용의 메시지였다. “안녕하세요. OO초등/고등학교 한국어 강사에 지원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우수한 지원자들께서 많이 지원해 주셔서 신중한 검토를 거쳤으나, 아쉽게도 이번에는 다른 후보자를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김경호 님의 열정과 노력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좋은 결과를 전해드리지 못해 아쉽지만 앞으로 더 멋진..
작년 5월에 썼던 ‘경기한국어공유학교에 거는 기대’라는 글 속에서 ‘지도교사는 한국어는 물론 제2, 제3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고,… 한국어 지도 교원의 경우, 이주배경학생의 국적이 다양함으로 최소한 해당국의 생활언어, 교실언어를 사용한다면 한국어 지도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고,...’라고 적었다. 즉, 한국어 공유학교 지도교사는 한국어는 기본이고 제2, 제3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교사라야 함을 의미한다. 지난 4년간의 이주배경학생 지도 경험을 되돌아보면, 영어와 중국어를 조금 구사할 수 있는 필자에게의 학생들의 언어 배경은 한국어 지도 방법의 수월성, 효율성에 있어서 차이가 컸음을 많이 느꼈다. 당연하다. ‘사과’라는 낱말을 가르칠 때, 다양하게 ‘사과’ 이미지를 보여주기만 해도 이미지와 낱말을 ..
수원시에는 이주 배경 청소년 한국어교육의 산실, 수원시글로벌청소년드림센터가 있다. 수원시글로벌청소년드림센터는 삼성전기(주)의 지원으로 2016년 건립되어 재단법인 천주교수원교구유지재단에서 수원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되는 이주 배경 청소년 전문 종합 사회복지시설이다. 이곳에서는 이주 배경 청소년을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사업, 자립역량 강화사업, 정착기반사업, 심리안정화사업을 하고 있다. 이주 배경 청소년이 수원시글로벌청소년드림센터 문을 두드리면 먼저 이용자로서 초기 면접을 받는다. 어떤 경로로 왔는지, 이어서 인적 사항, 가족 사항을 확인한 후 센터에서 해결하고 싶은 욕구를 상담하며 참여 프로그램명을 정하게 된다. 초기 면접에서 출신국, 체류자격, 입국연월일, 부모 이주유형, 학력 사항, 건강 사항, 해결하..
경기 KLS 디딤돌학교(경기도수원교육지원청 지정 수원한국어공유학교, 수원시글로벌청소년드림센터 ‘디딤돌학교’, 이하 수원한국어공유학교) 운영을 마쳤다. 수원한국어공유학교에서는 2024.3.~2025.2. 단기형(60일) 3 텀을 운영했는데, 필자는 2024.09.30.~12.26.(60일)까지 운영되었던 3 텀째 저학년(1~3학년)의 한국어 의사소통 집중교육을 담당하였다. 60일 동안 쉴 새 없이 이주배경학생 5명(캄보디아인 2명-1학년과 3학년, 키르기스스탄인 2명-1학년과 2학년, 2학년은 실제 연령 기준 3학년임, 카자흐스탄 1명, 2학년, 실제 연령 기준 4학년)의 딴 별 아이들에게 경기도교육청에서 제작한 Korean Language School(KLS) GYEONGGIDO OFFICE EDUCAT..
참새반 아이들과의 한국어 여행이 끝났다. 지난 9월 30일부터 12월 26일까지 60일간 쉴 새 없이 달려온 한국어 집중교육을 마치고, 아이들을 이제 소속 학교로 돌려보내야 한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 줄 아는지 첫 시간부터 아이들의 마음은 하늘에 있다. 꽤 어수선함으로 여지없이 수업 분위기를 망가뜨리기도 한다. 어떤 아이는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실실 웃어댄다. 평소와 전혀 딴판이다. 한국어를 공부했던 소감을 발표하게 했다. 이제 겨우 한국어가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아이들에게 수료 소감을 말하라는 것은 무리일 수 있겠다. 숙제로 내주었더니 이게 웬일일까? 번역기를 이용해서 자기 생각을 한국어로 써왔다. 제법이다. 자기 소회를 한국말로 하려고 번역기를 이용하다니. 나는 아이들의 소감문을 보며 어색한 표..
딴 별에서 온 아이들이 한국말을 한다. 비록 한국어 읽는 속도가 느리고 발화는 더디지만 제법이다.한국어를 학습한 지 두어 달 지났는데,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다. 그동안의 하루하루는 교사인 내게도, 배우는 아이들에게도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다. 1학년, 3학년, 4학년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니 더욱 어렵다. 한국어를 모르는 딴 별 아이들이기에 무학년제로 가르쳐도 되지만, 엄연히 아이들의 발달 단계가 달라 수업집중도나 학습력의 차이가 너무 컸다. 금방 싫증을 느끼는 1학년에게 3, 4학년 언니들과의 학습은 아무래도 무리일 수밖에 없었다. 매시간 이러한 아이들의 수업 상황은 교사인 나의 인내력을 시험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수업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학생 참여형 수업을 많이 해 본다. 하지만 이 또한 얼마 ..
이주배경학생, 다섯 명과의 하루하루는 오색찬란하다. 월요일은 수업 태도가 좋은 날, 모두가 열심히 공부하는 초록색 날이다. 토, 일요일을 보내며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려서인지 모든 아이의 모습이 예쁘다. 그래서 난 월요일을 무척 기다린다. 내 기분도 덩달아 한결 부드러워지기 때문이다. 화요일은 그럭저럭 그런대로 괜찮은 날, 보라색 날이다. 아이들의 공부하는 모습도 아직은 보라색이어서 괜찮다. 나도 수업할 만하다. 수・목요일은 빨강・파랑・노랑 줄무늬 색 날이다. 아이들의 수업 태도가 풀리고 게을러지며 ‘몰라요’, ‘싫어요’, ‘선생님! 간식 주세요’를 연발한다. 수업의 맥이 연신 끊기는 날이어서 나도 서서히 맥이 빠져간다. 금요일이 되면 다섯 명이 그리는 수업 색깔은 오색찬란하다. 그림 그리는 아이, 옆..
드디어 5명의 딴 별 아이들이 왔다. 딴 별 아이들은 참새처럼 조잘거릴 줄 알았는데, 도무지 말이 없다. '아참, 다른 별에서 온 아이들이지. 얘들아! 하루빨리 한국말을 배워 대한민국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조잘대길 바란다.' 나는 그런 바람을 '날아라 참새반'이라는 학급 이름에 담았다. 딴 별 아이들은 1학년 2명, 2학년 2명, 3학년 1명이다. 오빠·여동생인 남매와 누나·남동생인 남매가 있었고, 여학생이 한 명이다. 그 가운데 한 명은 재위탁 학생으로 60일간 한국어를 배웠다고 했다. 출신 나라도 달랐다. 캄보디아 2명, 카자흐스탄 2명, 키르기스스탄 1명이다. 서로 소개하고 인사를 나누는 시간!첫 만남이지만 한국어를 몰라서 그런지 아이들은 침묵이 길어진다. 이런 상황에 익숙한 나는 자연스레 휴..
중도입국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게 되었다. 외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다가 부모의 국제결혼이나 취업 등의 이유로 국내로 이주한 아이들, ‘중도입국자녀’들은 한국어를 거의 모르기에 그들에게 한국 학교는 너무나 높은 벽일 것이다. 내가 만난 아이들은 태국에서 온 눈이 말똥말똥하고 예쁜 1, 2학년 자매들로 3학년이어야 할 언니는 한국어를 몰라 2학년이다. 첫 만남에서 번역기 도움을 받아 태국어로 인사했다. ‘태국어 발음이 이상했나?’ 아이들이 웃었다. ‘아이들이 웃다니. 얼른 한국어를 가르쳐야지’의욕을 보였지만 금방 멍 때렸다. 뭘 가르쳐야 할까? ㄱㄴㄷㄹ,..., ㅏㅑㅓㅕ,... 막연했다. 그래서 미리 계획한 대로 가르치려고 ‘한국어’와 ‘꾹꾹 다지는 국어’를 펼쳤다. 중도입국자녀..
필자는 2021년 퇴직 후 한국어교원이 되어 중도입국자녀(이하, 이주배경학생)들에게 한국어 교실을 운영하며, 한국어와 한국 역사와 문화, 기초 교과와 언어 교과 관련 학습지도를 해왔다. 이들과의 한국어 수업 여행은 인생 2막을 시작했던 내게 뜨거운 삶의 활력을 안겨주었고 늘 새롭고 신바람 났었다. 이주배경학생을 만날 때마다 항상 장밋빛 소망을 품었다. 부디 이번 과정에서도 학생들과 한국어 교수·학습 상호작용을 활발히 하여 하루빨리 한국어를 익힐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학생들은 한국어를 모르고, 지도교사는 아이들 나라의 언어를 모르기에 효과적으로 한국어를 익히게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동안 만났던 이주배경학생들의 국적은 중국, 인도, 미국, 남아공, 일본, 독일..
최근 신문 기사(記事) 제목들이다. '저출생·고령화'에 줄어든 한국인, '코리안 드림' 외국인이 채웠다“다문화 학생들. 토종 아이 따돌리기도”… 외국인 덕에 인구 늘어난 한국, 미래는,다문화 학생 30% 이상인 초·중·고 전국 350곳... 97%인 학교도. 한국의 인구가 3년 만에 증가했다고 한다. 결혼도 안 하고 애도 낳지 않는데 무슨 수로 인구가 늘어났는지.통계자료를 보니 내국인은 10만 명 감소했지만, 외국인은 18만 명 증가하여 한국의 인구가 8만 명 이상 증가한 셈이다. 이 기사에는 눈이 확 꽂힌다. ‘다문화 학생(이하, 이주배경학생) 30% 이상인 초·중·고 전국 350곳... 97%인 학교도’이 기사에서는 이주배경학생 증가에 따른 다양한 문제와 한국어교육의 중요함을 인식할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