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들님 이야기

중도입국자녀, 그들과의 한국어 멘토링 본문

한국어 교육 이야기

중도입국자녀, 그들과의 한국어 멘토링

초들님 2024. 9. 23. 23:15

중도입국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게 되었다.  

    

외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다가 부모의 국제결혼이나 취업 등의 이유로 국내로 이주한 아이들, ‘중도입국자녀’들은 한국어를 거의 모르기에 그들에게 한국 학교는 너무나 높은 벽일 것이다.    

  

내가 만난 아이들은 태국에서 온 눈이 말똥말똥하고 예쁜 1, 2학년 자매들로 3학년이어야 할 언니는 한국어를 몰라 2학년이다. 첫 만남에서 번역기 도움을 받아 태국어로 인사했다. ‘태국어 발음이 이상했나?’ 아이들이 웃었다. ‘아이들이 웃다니. 얼른 한국어를 가르쳐야지’의욕을 보였지만 금방 멍 때렸다. 뭘 가르쳐야 할까? ㄱㄴㄷㄹ,..., ㅏㅑㅓㅕ,... 막연했다. 그래서 미리 계획한 대로 가르치려고 ‘한국어’와 ‘꾹꾹 다지는 국어’를 펼쳤다.      

 

중도입국자녀, 그들과의 한국어 멘토링(mentoring)은 이렇게 시작하였다.   

  

지난 교감 근무 시절, 퇴직 후 교직 경험을 유의미하게 국가에 환원하고자 글로벌 한국어 교사가 되고자 꿈을 꾸었다. 서울 OO대학교에서 한국어교원 양성 과정(124시간)을 이수한 후, 한국어교육학과에 입학하여 한국언어문화학을 전공했고 한국어교원 2급 자격을 취득했다. 5년 동안 힘든 과정이었지만 중도입국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게 되었으니 공부하길 참 잘했다.     

 

반평생 대한민국 교원으로 근무하며 매년 저출산으로 학생 수는 줄고 그 빈자리를 다문화 학생이 빠르게 채워가고 있는 현실에서 자연스럽게 다문화 학생과 외국인 가정 자녀들을 만났다. 그들은 학습 한국어는커녕 한국어 의사소통의 기초 단계인 생활 한국어를 몰라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했다. 너무 안타까웠다. 그리고 학부모이며 다문화 가족인 외국인 및 국제결혼이민자들 역시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인해 자녀 가정학습지원의 어려움, 학교와 가정 간 자녀 상담 부재, 한국 사회 부적응 모습을 목도하며 한국어·한국문화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다시 한국어 멘토링 과정으로 되돌아 가본다.     

 

멘토링을 시작할 때,‘00는 말을 못 해 학교생활에 지장이 많아요’라고 담임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말하게 했다. “이름이 뭐야? 점심 먹었어? 무슨 반찬이 맛있었어. 짝꿍 이름은 뭐야? 선생님 성함은? 아빠 좋아해? 엄마도?...” 처음에는 대답을 안 했지만 지금은 말하려고 한다. 비록, 짧고 틀린, 서툰 말의 연속이지만 나는 연신 ‘그래그래’하고 머리 끄떡여주며 엄지 척해준다.      

 

글씨 쓰기 시간에는 “선생님, 나도 쓸 수 있어요”하며 칠판에다 글자를 틀리게 쓴다. 나는 틀린 글씨를 고쳐주며 “잘했다”라고 칭찬하며 깜찍한 보상(補償)을 해준다. 글자를 읽고 쓰는 기쁨을 맛보는 아이에게의 적절한 보상 강화는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되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또, 1학년 교재인 국어활동을 연계 지도해 주어 학습 한국어와의 연결고리도 찾아주고 있다.    

  

그리고 매일 낱말카드와 읽기 책을 반복해서 읽힌다. 학습지를 지도할 때에는 어김없이 제시문을 읽게 하고 아이들이 써온 글자 한 자 한 자를 5번씩 반복해서 읽게 했다. 틀린 글씨는 반드시 5번 써서 큰소리로 읽어야 통과시켜 주었다. 매일매일 반복해서 문자를 보고-읽고-쓰니 제법 글눈을 떠간다.      

 

지난 금요일에는 “선생님, 내일 할아버지 집 가. 일찍 집 가야 해”, “그렇구나. 잘 다녀와라”(???) 잠시 후, 담임 선생님께서 아이들이 내일 할아버지 뵈러 가려고 체험학습계획서 냈다고 했고, 수업 시간에 제법 말을 잘한다며 교육의 힘이 크다고 했다. 아, 그랬구나. 그래서 “선생님, 내일 할아버지 집 가. 일찍 집 가야 해” 했구나. 하하하.    

 

오늘도 중도입국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들은 내일의 소중한 한국인!

비록 소소한 한국어 멘토링이지만 하루빨리 한국어를 깨우쳐 자신 있게 말하며 한국 학생들과 밝게 웃으며 지냈으면 좋겠다. 아울러 중도입국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도록 기회를 주어 보람 한가득 안겨준 00초 교육 관계자들과 중도입국자녀 한국어교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기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

 

중도입국자녀를 대한민국의 미래 인재로 성장시키기 위해 합력하고 있으니 모두 모두 대한민국 교육입국(敎育立國) 역군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