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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들님 이야기

작년 5월에 썼던 ‘경기한국어공유학교에 거는 기대’라는 글 속에서 ‘지도교사는 한국어는 물론 제2, 제3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고,… 한국어 지도 교원의 경우, 이주배경학생의 국적이 다양함으로 최소한 해당국의 생활언어, 교실언어를 사용한다면 한국어 지도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고,...’라고 적었다. 즉, 한국어 공유학교 지도교사는 한국어는 기본이고 제2, 제3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교사라야 함을 의미한다. 지난 4년간의 이주배경학생 지도 경험을 되돌아보면, 영어와 중국어를 조금 구사할 수 있는 필자에게의 학생들의 언어 배경은 한국어 지도 방법의 수월성, 효율성에 있어서 차이가 컸음을 많이 느꼈다. 당연하다. ‘사과’라는 낱말을 가르칠 때, 다양하게 ‘사과’ 이미지를 보여주기만 해도 이미지와 낱말을 ..

수원시에는 이주 배경 청소년 한국어교육의 산실, 수원시글로벌청소년드림센터가 있다. 수원시글로벌청소년드림센터는 삼성전기(주)의 지원으로 2016년 건립되어 재단법인 천주교수원교구유지재단에서 수원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되는 이주 배경 청소년 전문 종합 사회복지시설이다. 이곳에서는 이주 배경 청소년을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사업, 자립역량 강화사업, 정착기반사업, 심리안정화사업을 하고 있다. 이주 배경 청소년이 수원시글로벌청소년드림센터 문을 두드리면 먼저 이용자로서 초기 면접을 받는다. 어떤 경로로 왔는지, 이어서 인적 사항, 가족 사항을 확인한 후 센터에서 해결하고 싶은 욕구를 상담하며 참여 프로그램명을 정하게 된다. 초기 면접에서 출신국, 체류자격, 입국연월일, 부모 이주유형, 학력 사항, 건강 사항, 해결하..

경기 KLS 디딤돌학교(경기도수원교육지원청 지정 수원한국어공유학교, 수원시글로벌청소년드림센터 ‘디딤돌학교’, 이하 수원한국어공유학교) 운영을 마쳤다. 수원한국어공유학교에서는 2024.3.~2025.2. 단기형(60일) 3 텀을 운영했는데, 필자는 2024.09.30.~12.26.(60일)까지 운영되었던 3 텀째 저학년(1~3학년)의 한국어 의사소통 집중교육을 담당하였다. 60일 동안 쉴 새 없이 이주배경학생 5명(캄보디아인 2명-1학년과 3학년, 키르기스스탄인 2명-1학년과 2학년, 2학년은 실제 연령 기준 3학년임, 카자흐스탄 1명, 2학년, 실제 연령 기준 4학년)의 딴 별 아이들에게 경기도교육청에서 제작한 Korean Language School(KLS) GYEONGGIDO OFFICE EDUCAT..

참새반 아이들과의 한국어 여행이 끝났다. 지난 9월 30일부터 12월 26일까지 60일간 쉴 새 없이 달려온 한국어 집중교육을 마치고, 아이들을 이제 소속 학교로 돌려보내야 한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 줄 아는지 첫 시간부터 아이들의 마음은 하늘에 있다. 꽤 어수선함으로 여지없이 수업 분위기를 망가뜨리기도 한다. 어떤 아이는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실실 웃어댄다. 평소와 전혀 딴판이다. 한국어를 공부했던 소감을 발표하게 했다. 이제 겨우 한국어가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아이들에게 수료 소감을 말하라는 것은 무리일 수 있겠다. 숙제로 내주었더니 이게 웬일일까? 번역기를 이용해서 자기 생각을 한국어로 써왔다. 제법이다. 자기 소회를 한국말로 하려고 번역기를 이용하다니. 나는 아이들의 소감문을 보며 어색한 표..

딴 별에서 온 아이들이 한국말을 한다. 비록 한국어 읽는 속도가 느리고 발화는 더디지만 제법이다.한국어를 학습한 지 두어 달 지났는데,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다. 그동안의 하루하루는 교사인 내게도, 배우는 아이들에게도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다. 1학년, 3학년, 4학년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니 더욱 어렵다. 한국어를 모르는 딴 별 아이들이기에 무학년제로 가르쳐도 되지만, 엄연히 아이들의 발달 단계가 달라 수업집중도나 학습력의 차이가 너무 컸다. 금방 싫증을 느끼는 1학년에게 3, 4학년 언니들과의 학습은 아무래도 무리일 수밖에 없었다. 매시간 이러한 아이들의 수업 상황은 교사인 나의 인내력을 시험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수업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학생 참여형 수업을 많이 해 본다. 하지만 이 또한 얼마 ..

이주배경학생, 다섯 명과의 하루하루는 오색찬란하다. 월요일은 수업 태도가 좋은 날, 모두가 열심히 공부하는 초록색 날이다. 토, 일요일을 보내며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려서인지 모든 아이의 모습이 예쁘다. 그래서 난 월요일을 무척 기다린다. 내 기분도 덩달아 한결 부드러워지기 때문이다. 화요일은 그럭저럭 그런대로 괜찮은 날, 보라색 날이다. 아이들의 공부하는 모습도 아직은 보라색이어서 괜찮다. 나도 수업할 만하다. 수・목요일은 빨강・파랑・노랑 줄무늬 색 날이다. 아이들의 수업 태도가 풀리고 게을러지며 ‘몰라요’, ‘싫어요’, ‘선생님! 간식 주세요’를 연발한다. 수업의 맥이 연신 끊기는 날이어서 나도 서서히 맥이 빠져간다. 금요일이 되면 다섯 명이 그리는 수업 색깔은 오색찬란하다. 그림 그리는 아이, 옆..

드디어 5명의 딴 별 아이들이 왔다. 딴 별 아이들은 참새처럼 조잘거릴 줄 알았는데, 도무지 말이 없다. '아참, 다른 별에서 온 아이들이지. 얘들아! 하루빨리 한국말을 배워 대한민국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조잘대길 바란다.' 나는 그런 바람을 '날아라 참새반'이라는 학급 이름에 담았다. 딴 별 아이들은 1학년 2명, 2학년 2명, 3학년 1명이다. 오빠·여동생인 남매와 누나·남동생인 남매가 있었고, 여학생이 한 명이다. 그 가운데 한 명은 재위탁 학생으로 60일간 한국어를 배웠다고 했다. 출신 나라도 달랐다. 캄보디아 2명, 카자흐스탄 2명, 키르기스스탄 1명이다. 서로 소개하고 인사를 나누는 시간!첫 만남이지만 한국어를 몰라서 그런지 아이들은 침묵이 길어진다. 이런 상황에 익숙한 나는 자연스레 휴..

중도입국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게 되었다. 외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다가 부모의 국제결혼이나 취업 등의 이유로 국내로 이주한 아이들, ‘중도입국자녀’들은 한국어를 거의 모르기에 그들에게 한국 학교는 너무나 높은 벽일 것이다. 내가 만난 아이들은 태국에서 온 눈이 말똥말똥하고 예쁜 1, 2학년 자매들로 3학년이어야 할 언니는 한국어를 몰라 2학년이다. 첫 만남에서 번역기 도움을 받아 태국어로 인사했다. ‘태국어 발음이 이상했나?’ 아이들이 웃었다. ‘아이들이 웃다니. 얼른 한국어를 가르쳐야지’의욕을 보였지만 금방 멍 때렸다. 뭘 가르쳐야 할까? ㄱㄴㄷㄹ,..., ㅏㅑㅓㅕ,... 막연했다. 그래서 미리 계획한 대로 가르치려고 ‘한국어’와 ‘꾹꾹 다지는 국어’를 펼쳤다. 중도입국자녀..

필자는 2021년 퇴직 후 한국어교원이 되어 중도입국자녀(이하, 이주배경학생)들에게 한국어 교실을 운영하며, 한국어와 한국 역사와 문화, 기초 교과와 언어 교과 관련 학습지도를 해왔다. 이들과의 한국어 수업 여행은 인생 2막을 시작했던 내게 뜨거운 삶의 활력을 안겨주었고 늘 새롭고 신바람 났었다. 이주배경학생을 만날 때마다 항상 장밋빛 소망을 품었다. 부디 이번 과정에서도 학생들과 한국어 교수·학습 상호작용을 활발히 하여 하루빨리 한국어를 익힐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학생들은 한국어를 모르고, 지도교사는 아이들 나라의 언어를 모르기에 효과적으로 한국어를 익히게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동안 만났던 이주배경학생들의 국적은 중국, 인도, 미국, 남아공, 일본, 독일..

최근 신문 기사(記事) 제목들이다. '저출생·고령화'에 줄어든 한국인, '코리안 드림' 외국인이 채웠다“다문화 학생들. 토종 아이 따돌리기도”… 외국인 덕에 인구 늘어난 한국, 미래는,다문화 학생 30% 이상인 초·중·고 전국 350곳... 97%인 학교도. 한국의 인구가 3년 만에 증가했다고 한다. 결혼도 안 하고 애도 낳지 않는데 무슨 수로 인구가 늘어났는지.통계자료를 보니 내국인은 10만 명 감소했지만, 외국인은 18만 명 증가하여 한국의 인구가 8만 명 이상 증가한 셈이다. 이 기사에는 눈이 확 꽂힌다. ‘다문화 학생(이하, 이주배경학생) 30% 이상인 초·중·고 전국 350곳... 97%인 학교도’이 기사에서는 이주배경학생 증가에 따른 다양한 문제와 한국어교육의 중요함을 인식할 수 ..

경기도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다문화가정 학생(이하, 이주배경학생) 대상 한국어 집중교육을 하는 ‘경기 한국어공유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주배경학생 지원을 위한 지역 연계 모델로 한국어 미해득에서 오는 학습 부진과 학업 중단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이주배경학생의 공교육 진입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지역은 주민자치센터, 청소년수련관 등 시설을 제공하고, 교육청은 프로그램과 예산을 지원한다. 한국어 사용이 어려운 초‧중‧고 이주배경학생을 대으로 한국어 집중교육, 이중언어교육, 심리지원 등 다양한 교육을 단기형(60일), 장기형(1학기) 형태로 운영한다.한국어공유학교의 특징은 한국어 부족에 따른 학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정 기간 공교육 수업을 받은 뒤, 다시 자신이 다녔던 초등학교로 돌아간다는 점이..
아이들이 항상 당신을 보고 있음을 연일 폭염(暴炎)으로 아스팔트 열기에 땀이 줄줄, 머리도 어지럽고 힘들 텐데, ‘하나, 교사(敎師)에게 가르칠 환경을 하나, 학생(學生)에게 성장할 환경을’이라고 외치는 교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선배 교원으로 가슴이 아립니다. 몹시 안타깝고요. 최근에 우연히 ‘아이들이 당신 말을 듣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아이들이 항상 당신을 보고 있음을 걱정하라’(로버트 풀검, 목사, 작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서이초 선생님 소식에 마음 아파하는 요즘이라서인지 강력하게 뇌리(腦裏)에 와닿아 인터넷 포털에서 검색해 보았습니다. ‘동글이망고’ 님의 블로그의 책/연수내용에서 ‘로버트 풀검’의 말과 꾸짖지 않는 교육을 위한 ‘긍정 육아 10 계명’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함께 공감하고..
'교장 선생님 같은 분을 만났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모(某) 선생님의 깜짝 편지 속 내용이다. 과연 그랬을까? 학교장으로 근무했던 때의 시절인연으로 되돌아가 본다. 그때 나는 어려운 학생들로 인해 선생님들이 어려워할 때, 어려움을 해결해 주기 위해 민원 발생 초기에 적극 개입했었다. 학교에서는 교육을 하는 곳이기에 민원 때문에 교사들의 교수권,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당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흔히 학생들에게 어려움이 있으면 어려움에는 원인이 있었다. 학생들은 심한 압박, 정서적 결핍,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의 부족, 크고 작은 결손 등으로 상실감이 갖고 있었다. 상실감을 채우려고 내면의 결핍된 욕구를 분출하는데, 이는 친구와의 물리적인 장난, 언어폭력, 심적 방황, 물리..
C 교사와의 인연은 9년 전, 경기도교육청 근무 시절로 되돌아가야 한다. 어느 날, C 교사와 전화 통화를 했다. 당시 C 교사는 남양주시 소재 S 중학교 교사로 “평생 보람 있는 일이 없을까요?”라고 물었다. 나는 “모름지기 교사는 평생 공부해야 한다.”라며 한국어교원자격증, 평생교육사 자격증 취득을 권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났을까? C 교사는 ‘선배님, 저도 선배님께서 수학했던 S 대학교 한국어교육학과 3학년 편입시험에 합격했어요’, ‘선배님, 드디어 졸업했어요. 한국어교원 2급 자격증도 취득했어요’, ‘선배님, 학교에서 중도입국자녀 들에게 한국어 교육하고 있어요’,…. ‘선배님, 태국 마하사라캄 대학교 세종학당 파견 대상자로 선발되었어요. 태국에 가서 연락드릴게요.’ 2016년부터 시작했던 C 교사..

친구사랑의 날-친구와 응원의 말을 주고받아 보아요-나는 매일 OO초등학교의 중도입국자녀들에게 한국어 수업하러 다닌다. 이 학교의 중앙 현관 벽에는 '친구사랑의 날'을 주제로 한 환경물이 있다. 이곳을 지나다닐 때마다 유난히 이 환경물에 눈길이 간다. '친구와 응원의 말'을 주고받을 때마다, 아이들의 마음이 말랑말랑하게 움직일 것 같다. 또한 아이들의 마음이 평안해지고 정겨워질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에게 적합한, 참 좋은 환경물임을 느낀다. 이러한 환경물을 꾸며준 학부모회와 학교사회복지실 관계자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내 어릴 적 국민학교 시절에는 이런 '친구사랑의 날'도 없었고, 친화적인 환경물은 없었다. 전교생 수가 1700여 명이었고, 단위 학급 학생수만 해도 60~70명이어서 이러한 환경물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