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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교육 소회

해월당(海月堂) 탐방 후기

초들님 2023. 11. 10. 02:09

해월당에 다녀왔다.

 

해월당(海月堂)은 퇴임하신 K 교장 선생님(이하 K 교장)께서 운영하는 차♥문인화 연구소로, 한국 약선차 및 한국 한방꽃차 연구와 경기교원문인화, 반다리 문인화 연구를 하며, 청소년과 지역 어른들의 차(茶) 문화 예술활동 도움센터를 겸하여 운영하는 곳이다.

 

 

해월당의 로고(Logotype)와 상징화(象徵畵)는 독특하다. 바다 위에 떠있는 만월(滿月)과 바닷속에 잠겨 있는 태양이 해월당을 한가득 안고 있는 문양의 로고, 만월의 아름다움과 달빛 받아 어른거리는 망망한 바다 모습을 표현한 상징화는 새 희망 가득 품은 K 교장의 마음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는 현직에서는 물론, 퇴직 후에도 왕성하게 차와 문인화 연구 활동을 이어가려는 K 교장의 열정을 엿볼 수 있다.  

 

 

 

K 교장은 현직에 계실 때부터 이미 해월당 당주(堂主)였다.

 

K 교장은 학교에 찾아오는 내방객들을 항상 예쁜 미소와 부드러움 가득 담아 친절히 맞이하며 그윽한 차(꽃차, 약차)를 대접해 주었는데, 한 번 내방하신 분들은 또 가고 싶었다고 했다.

 

학생들에게 민요, 가야금 산조부를 개설·운영하여 대한민국 전통음악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도록 관심과 정성을 쏟았고, 비대면 공유를 통한 언택트 예술제(가야금, 두레농악, 통기타, 민요)에도 적극 참여하였다. 그 결과, 경기도화성오산교육지원청 학교문화 예술교육 우수학교 표창장을 거푸 수상했다.

 

교직원들에게 교내 문인화(文人畵) 동아리 활동을 적극 지원하여 수 높은  문인화 작가들을 탄생시켰다. 동아리 회원이신 J 교감 선생님께서 문인화 출품하신 모든 선생님들이 국전에 입상했다고 슬쩍 귀띔해(?) 주었다.                                                                       

 

 

또한, 학부모회 활동을 활발히 지원하여, 학부모들이 "학교에서 학부모의 의견을 항상 수용하기에 학교 가기에 편안하다. 학생중심 교육을 실천하는 학교가 자랑스럽다"며, "학교교육활동에 적극 협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2021년 학부모 참여 우수사례에 공모하여 학교 예술교육 분야에서 교육감 표창을 받았는데, 당연한 성과였다.

 

한편, 학교와 지역사회의 상생관계에 대해서도 소문이 자자하다. 반월동 주민자치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학교 담벼락에 꽃과 동물 그림은 물론, '아이들이 마을을 바로 알고 사랑하라'는 뜻으로 반다리(반월동을 상징함) 마을지도를 그려 넣었다고 한다. 지역 주민들은 "학교를 위한 주민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아이들에게 더 좋은 학교가 됐다. 반월초의 담벼락은 지역 명물이라며 마을 전체의 학교"라고 자랑스러워했다.

 

이처럼 K 교장은 현직에 있을 때부터  이미 준비된 해월당 당주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했다.

 


 

퇴직 후, K 교장은 드디어 해월당을 개원했다.

 

반평생의 교육 경험과 틈틈이 갈고닦은 재능을 후배 교원들과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환원하고 싶은 아름다운 뜻을 담아 드디어 해월당을 개원했다. 사실 처음 출발은 살고 있는 집이 넓으니까 그냥 거실을 리모델링(remodeling)해 카페(cafe)처럼 꾸며서 지인들하고 재미있게 그림 그리고, 차도 마시려고 했단다. 그런데 3년째 함께 살고 있는 아들, 며느리, 손자들이 더 지내길 원하여, 인근에 상가라도 하나 얻을 까 싶어 H 부동산에 들렀는데, 다음날 적당한 사무실이 나왔다는 부동산 사장님의 연락을 받고 둘러본 후, 바로 계약했다. 원래 종합건설사무소라서 고급 자재를 사용했고 내부 칸막이가 다 되어 있어서, 추가 리모델링 비용 4, 5천만 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K 교장의 해월당은 이미 예비되었던 것 같다.

 

K교장은 어린아이처럼 신나서 손수 도배를 하고, 문인화, 티 세러피(tea therapy), 꽃차, 한방차, 공진단 만들기 등을 위해 다양한 공간을 구성하였다. 문인화만 하는 게 아니라 교직 생활과 일상생활을 하며 지친 분들의 심신회복을 위해 차를 마시며 힐링하고 쉬어가는 쉼터이자 문화공간, 아지트(агитпункт)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 k 교장의 소박한 꿈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해월당에 있는 꽃차, 약차, 문인화, 서예, 모래그림 등은 매우 수준 높은 문화예술품을 방불케 했다. 쭈욱 이어지는 문화계 유명 인사 초청 강좌만 봐도 그렇다.

 

 

해월당에는 한방 꽃차, 한방 약선차, 각종 효소가 많이 있었다. K 교장이 20년 전부터 담가 왔기에 엄청난 량이라고 한다. 집에 있는 꽃차, 약선차, 효소의 3분의 1만 해월당에 가져왔다고 하니, 그간의 K 교장의 관심과 노력이 놀랍기만 하다. 

                                                                                                                           

 

 

K 교장은 그간의 경위에 대해 담담하게 얘기했지만, 말속에는 비범함과 전문적인 식견이 가득했다.

 

"그냥 제가 좋아서 해요. 저는 원래 약을 안 먹으니까, 계속 약 안 먹고살려고요. 코로나 예방 접종도 안 하고 삽니다. 그냥 우리 가족들하고 지인들, 서로 나눔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공부하다 보니까, 재미있었어요. 아주대학교 교수님께 한방 꽃차를 배웠는데, 처음에는 뭐, 급수 이런 거 생각하지 않고 그냥 몇 개 배우러 갔는데, 교수님께서 급수, 자격시험 얘길 해서 나중에 수석 사범까지 했어요. 세계 차문화 과정  최고인 티 아티스트(tea artist) 자격을 획득했고요. 앞으로 몇 년 더 있으면 우리나라 한방 꽃차 명장 됩니다. 계속 공부하고 있고요. 연구해보니까 재미있어요."

 

"차 마시는 거 알려드릴게요. 이것은 쌍화차에다 을 좀 넣었어요. 감기 예방하도록. 그래서 이거 드시고, 다른 차를 드시고 싶으면 컵에 저 맹물을 부어 살짝 헹궈서 드세요. 좋은 차가 너무 많아요. 이건 비트 차고요. 이것은 메리골드와 국화를 혼합한 차입니다. 얘가 이렇게 피는 겁니다. 저렇게 생긴 게 이렇고, 아래는 노란색이고 위에는 빨갛고, 쟤들 이제 좀 있으면 가라앉아요. 그게 지금이에요. 저는 아직까지 돋보기 안 끼고 글 읽습니다. 메리골드와 국화를 혼합한 차 덕분입니다. 이미 검증도 되었고요."

 

"완전 색깔 예쁘죠. 근데 이거 맛있어요. 메리골드가 조화를 이루거든요. 이거 따로따로 끓여 먹는데, 이렇게 같이 우리면 약성도 좋고 부드러워요. 이거 드시고, 요거도 드셔 보세요. 영양 간식이죠."

 

K 교장의 구수하고 해박한 차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다 들을 수도 없었다. 아직도 집에 있는 3분의 2의 한방 꽃차, 한방 약선차, 각종 효소의 이야기가 더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눈길을 사로잡은 게 또 있었다.

 

"당주님, 이 멋진 그림도 당주님 작품이세요?"

"아뇨. 여기 그림은 모래로 그린 그림이에요. Y 화가님께서는 우리나라에서 모래로만 그림을 그리는 유일한 분인데, 그림이 진짜 멋있어요. 도자기 만드는 흙 가지고 판을 만들어서 그 위에다가 모래를 입혀 일주일 동안 양생한 다음에 그림을 그려요.  300점 정도 그리셨는데, 공모전 한 번 안 하세요. 공모전 하라 권하면 '그런 거 안 한다'라고 그러신 분이세요."

 

얼마 전 Y 화가님과 전화 통화를 하며,

"저 퇴직했어요. 이런 놀이터 하나 만들었어요." 그랬더니 얼른 달려오셨어요. 그러면서 "여기가 해월당이라니까. 이거 해월당하고 어울리겠다." 이러면서 상징화를 갖다 놓고 가시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너무 좋다.'라고 했고, 선생님들도 보시고 '너무 좋다'라고 막 그런다 했더니, "진짜로 좋아요, 진짜죠? 그럼 내 거 다 드릴까."하고  50점을 기증해 주셨어요. 요즘에는 그림 수업하러 가끔 오십니다.

 

 

이번에는 약선차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느 순간, 저게 한방 약선차라는 걸 알았어요. 이건 전부 한약재 가지고 차를 만들거든요. 거의 한의사 수준으로 동의보감까지 공부를 해야 돼요. 원래 저는 한방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그래서 해보니까, "진짜 재밌는 거예요. 그래서 계속 수석 사범까지 했어요. 한 2년 간 미쳐서 다녔죠."

 

 

 

K 교장은 해월당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냥 혼자 놀이터여요. 좋은 사람이 오면 같이 놀고, 또 배우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같이 배우고 나누고 그런 곳이랍니다."라고 아주 소박하게 말했다. 그렇지만 해월당은 그런 곳 그 이상의 곳이었다.

 

K 교장은 대단하신 분이셨다. 문인화, 서예의 대가이셨고, 한방 꽃차, 한방 약선차의 수석 사범이셨다. K 교장의 열정은 현직에 있을 때에는 교육공동체 일원들에게, 퇴직 후 후배 교원, 청소년,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문인화와 서예를 전수하고 차 문화 예술활동을 지원하는 훌륭한 당주님이셨다.

 

 

K 교장의 열정을 응원하고 싶다. 

 

오늘도 해월당에서 그윽한 꽃차의 향기 듬뿍 머금은 K 교장의 구수한 이야기가 영글어 가길 바란다.

또, 아름다운 문화예술의 혼이 끊임없이 살아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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