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들님 이야기
러시아어를 공부하는 게 어렵지만 본문
작년 5월에 썼던 ‘경기한국어공유학교에 거는 기대’라는 글 속에서 ‘지도교사는 한국어는 물론 제2, 제3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고,… 한국어 지도 교원의 경우, 이주배경학생의 국적이 다양함으로 최소한 해당국의 생활언어, 교실언어를 사용한다면 한국어 지도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고,...’라고 적었다. 즉, 한국어 공유학교 지도교사는 한국어는 기본이고 제2, 제3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교사라야 함을 의미한다.
지난 4년간의 이주배경학생 지도 경험을 되돌아보면, 영어와 중국어를 조금 구사할 수 있는 필자에게의 학생들의 언어 배경은 한국어 지도 방법의 수월성, 효율성에 있어서 차이가 컸음을 많이 느꼈다. 당연하다.
‘사과’라는 낱말을 가르칠 때, 다양하게 ‘사과’ 이미지를 보여주기만 해도 이미지와 낱말을 매칭(matching)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사과’라는 낱말을 이용해서 ‘어떤 과일을 좋아해요? 사과를 좋아해요? 한국 사과 맛있어요? …’ 등 확장해서 말하기와 듣기 관련 질문을 하게 되면 학생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이때 중국어를 사용하는 학생에게 중국어로, 또는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학생에게 영어로 설명해 주면 한국어를 수월하게, 효과적으로 지도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동안 지도했던 이주배경학생은 중국과 중앙아시아(고려인,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학생이 많았고 베트남, 필리핀, 태국, 몽골, 캄보디아, 인도, 남아프리카 공화국, 미국, 일본 등 학생들의 출신 국가도 다양했다. 이 가운데 중국, 필리핀, 인도, 남아프리카 공화국, 미국 학생들은 중국어와 영어를 사용하여 한국어 지도를 효과적으로 했는데, 점차 학생수가 많아지고 있는 중앙아시아 출신 학생과 베트남, 태국, 몽골, 일본 출신 학생들에게의 한국어 지도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학생수의 빈도가 높아지는 중앙아시아 출신 학생들의 효과적인 한국어 지도를 위해 러시아어를 공부하려고 왕초보부터 A2까지 한 달 완성시켜 준다는 독학 러시아어 교재를 구입했다. 비록 나 홀로 러시아어를 학습하는 게 어렵겠지만, 교실 러시아어 수준으로 익혀서 중앙아시아 출신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지도할 때 효과적인 기제(機制)로 활용하고 싶다.

이주배경인구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향후 교실에서 이주배경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가파른 상승선을 그릴 전망이라고 한다. 통계청 ‘내·외국인 인구추계: 2022~2042년’에 따르면 이주배경인구는 2022년 220만 명에서 2042년 404만 명으로 증가한다. 총인구 중 이주배경인구 비율은 4.3%에서 8.1%로 커진다. 이에 따라 이주배경인구 중 학령인구(6~21세)도 2022년 33만 명에서 2042년 5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주배경가정의 출생아 수 비중도 점차 커지는 추세이다. 이주배경학생이 앞으로 더 늘어나면서 현재는 중국 동포(중국 국적), 고려인(러시아·중앙아시아 국적) 위주지만 태국, 베트남 등 국적도 다양해질 것이다. 어쩌면 이주배경학생 숫자가 많아진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감당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 몹시 우려된다.
필자는 벌써 4년째 퇴직 교원이지만, 현재 한국어교원으로 이주배경학생이 늘어나고 있는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데에 조금이라도 일조하고 싶다. 나아가 이주배경학생 누구나 차별 없이 교육받고 한국의 우수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국어 지도를 열심히 하고 싶다. 비록 러시아어를 공부하는 게 어렵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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